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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의 MSRP, 가격 기준인가 가격 왜곡의 단초인가?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은 6월부터 8월까지 이어지는 그래픽카드 신제품 출시로 날씨만큼 뜨거웠다. GPU를 제조하는 두 업체의 6가지 신제품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화제의 중심에 섰었다.

그래픽카드 신제품과 관련해 가장 뜨거웠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가격이었다. 특히 국내 판매 가격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비쌌기에 국내 소비자와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고, 국내 관련 업체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앞서 국내에 그래픽카드가 수입되고 유통되는 과정은 “그래픽카드 출시 가격이 불편? 국내에선 왜 더 비쌀까?”를 통해서 알아봤다.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의 유통 과정은 GPU 제조사-그래픽카드 제조사-지사/유통사-총판-대리점까지 최소 5단계 이상의 진행되고, 수입/유통 과정에서 각자의 이윤을 책정하고 누적되기에 최종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수입/유통 과정이 1~2단계 더 줄거나 각 단계의 업체 이윤이 줄지 않는 이상 국내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은 낮아지기 어렵고, 용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국내 PC 부품 시장의 관례상 이런 상황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

국내 그래픽카드가 비싼 원인을 찾으면서 국내 유통 환경에 대한 문제점은 먼저 확인했고, 이를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봤다. 이번에는 국내 소비자가 국내에 판매되는 그래픽카드가 비싸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살펴보고자 한다.

 

MSRP, 그래픽카드 기준 가격으로 적절한가?

▲ 엔비디아 발표 자료의 MSRP 부분

바로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와 AMD가 발표하는 MSRP(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이다. MSRP는 생산자 권장가격으로 말 그대로 생산자가 판매자에게 이 정도 가격에 판매하라는 기준 가격이다.

▲ 그래픽카드도 여러 부분과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MSRP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GPU 제조사의 역할 때문이었다. 실제 GPU 제조사에서 완제품인 그래픽카드의 가격, MSRP를 발표하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GPU가 그래픽카드의 핵심 부품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GPU가 그래픽카드 가격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GPU를 비롯해 PCB, 메모리, 쿨링 시스템, 전원 부품 등 다양한 부품으로 구성되어 완성되는 완제품인 그래픽카드의 MSRP를 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이러한 GPU 제조사의 MSRP 발표는 마치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완성 자동차의 가격을 정해 발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GPU가 그래픽카드 업계에서 갖는 위상과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해서 여러 부품과 파트너사의 제조를 통해 만들어지는 그래픽카드의 MSRP까지 GPU 제조사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월권이다.

▲ 인텔은 1천개 기준으로 CPU 가격을 발표한다

GPU 제조사들이 모두 팹리스(반도체 제조 공정 중 설계와 개발을 전문화한 형태) 기업이란 점이 다르긴 하지만,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CPU 가격을 발표하지 인텔 CPU가 탑재된 데스크톱, 노트북의 가격을 발표하진 않는다.

▲ 다양해진 제품 그만큼 가격도 제각각, MSRP로 한정 짓기 어려워

그래픽카드 생태계는 GPU 제조사와 여러 제조 파트너사가 함께 만들지만 MSRP는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GPU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준도 레퍼런스 디자인과 북미 시장에서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에 다각화, 세분되고 있는 모든 그래픽카드 시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레퍼런스 디자인은 GPU 제조사가 자사의 GPU를 사용해 구동할 수 있게 만드는 그래픽카드의 기본형이라고 봐야 한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옵션이 하나도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 판매되는 그래픽카드들은 쿨링 시스템이나 팩토리 오버클럭 등 옵션이 추가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레퍼런스와 실제 판매되는 그래픽카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더불어 그래픽카드 시장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인 북미 시장을 기준으로 MSRP를 발표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의 가격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미, 중국처럼 큰 시장은 대규모 공급, 소비 시장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 1만 개 유통이 가능한 시장을 1천 개 유통할 수 있는 시장보다 제조사의 공급 우선순위와 공급 가격도 다르다. 중국, 한국, 일본 시장만 하더라도 공급되는 그래픽카드 수량과 가격은 차이가 있다.

 

MSRP 시나리오, 선역과 악역은 정해져 있다?

이렇게 GPU 제조사에서 MSRP를 발표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들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좀 더 정확히는 긍정적인 여론과 부정적인 여론을 받는 주체가 나뉘게 된다. GPU 제조사는 MSRP를 발표하면 가격 측면의 부분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실제 마케팅 효과도 있겠다.

그래픽카드의 설계, 제조, 유통, 소비 과정을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한편의 시나리오로 본다면 주체마다 역할이 있다고 볼 수 있다. GPU 제조사는 선한 주인공 역할이다. 이전 세대보다 크게 개선된 GPU를 발표하고, 매력적인 가격을 책정하면 소비자들은 환호한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비중 있는 조연급에 가깝다. 그래픽카드가 잘 판매될 수 있도록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더 치중한 역할이기에 가격보다는 품질로 평가받는다.

유통, 소비 과정을 책임지는 국내 유통사, 총판, 대리점은 굳이 비유하자면 소비자에게는 악역에 가깝다. 국내 그래픽카드의 높은 가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에 소비자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다. 직접적인 소비자의 불평, 불만은 이들의 처리하고 감내해야 하는 몫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그래픽카드 신제품의 판매가 잘되고 있어 수익은 내고 있다는 점이다. 역할은 악역을 맡아 마음 고생도 하고 힘들지만, 출연료는 밀리지 않고 받아 생계는 이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MSRP 전략, 계속하겠다면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픽카드 시장이 고성능 제품 위주로 재편되면서 전반적인 가격이 너무 올라갔다. 세계 경제는 불황인데 그래픽카드 가격은 이와 무관하게 너무 비싸졌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소비자는 큰 반감 없이 사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데 구매하는 소비자는 불평할 수밖에 없고, 아예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은 불만과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 라데온 RX 480의 가격도 마케팅을 노렸다

GPU 제조사가 발표하는 그래픽카드 MSRP의 의도가 어떻든 현재로써 가격 왜곡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GPU 제조사의 MSRP가 현실성 없는 업계 지도 가격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뒷받침이 필요하다.

GPU 제조사가 신형 그래픽카드의 MSRP를 계속 발표하겠다면 좀 더 현실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레퍼런스 기본형, 팩토리 오버클럭+쿨링시스템 고급형 등 제조 과정과 사용 부품 등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MSRP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일부 진행하고 있는 자체 그래픽카드의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도 하나의 개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조사가 발표한 MSRP, 또는 MSRP에 근접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GPU 제조사가 좀 더 노력해 이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MSRP는 미끼 상품이란 오명을 넘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카드 MSRP 발표처럼 GPU 가격을 함께 발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GPU 제조사가 GPU 가격을 발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GPU 가격이 공개되면 그래픽카드의 세부적인 가격을 좀 더 알 수 있고, 소비자도 그래픽카드 가격 구성에 좀 더 이해할 것이다. GPU가 비싼 것인지, PCB, 쿨링 시스템, 전원부 부품 어느 부분이 비싼 것인지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하다면 가격에 대한 책임소재도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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